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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1/15 포털의 변명: 영향력은 있지만 권력은 없다? (3)

포털의 변명: 영향력은 있지만 권력은 없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포털에 대한 말들이 무성하다.

정치권의 시선은 아직도 2002년에 꽂혀 있는듯 하다. 한 쪽은 그때의 승리를, 다른 쪽은 그때의 실패를, 또 다른 쪽은 그때의 도약을 계속 되새김질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떻든 이런저런 상황 덕분에 포털들은 죽을 맛이라고 한다. 편집이 왜 이러냐느니, 이미 어느 줄에 섰다느니 하면서 온갖 추측과 압력과 음모론이 난무한다는 것이다. 이러면 이런다고, 저러면 저런다고 욕을 먹는다는 것이다.

최근 메이저 포털 관계자를 만났더니 이런 말을 했다.

"포털은 영향력은 있지만 권력은 없어요. 사람들은 그걸 모르는 것 같아요."


흥미있는 구분이다. KBS나 조선일보를 뛰어넘을 정도의 '영향력'은 있지만, 그게 '권력'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자신들을 기존 언론(권력)을 다루듯이 견제하는 게 힘들다는 것이다. 나름대로 덧붙여보면 이런 말이 될 수 있다. KBS OOO 기자, 그러면 정계나 재계 사람들도 잘 알고 그럴지 모르겠지만, 네이버 또는 다음 OOO 뉴스 담당자, 라고 한들 누가 아냐는 것이다. 집단으로 봐도 마찬가지다. 언론사는 세무조사도 함부로 못하지만 자신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허약한(?) 포털을 두고 정치권과 언론이 압박을 해대니 힘들다는 것이다. 어쩌면 다른 포털 관계자들도 비슷한 심정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변명은 절반의 진실일 뿐이다. 지금의 곤혹스러운 상황을 설명하는데는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왜'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되었으며, '어떻게' 이런 상황을 해결할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실마리를 주지 못한다. 더구나 영향력과 권력을 애써 구분하면서 일단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생각이라면 더욱 그렇다.

포털이 지금 상황을 겪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다. 불과 10년 사이에 세상의 통로를 점령해버린 이 새로운 힘에게 경탄과 질시와 위기를 느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상황은 피할 것이 아니라 이겨내야 한다는 말이 된다. 

하지만 우리 포털들의 태도는 상황을 더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는 것 같다. 권력들간의 이해관계와 압박을 이겨내는 진짜 방법은 힘겨운 줄타기나 정치력이 아니라 오히려 자기만의 색깔을 분명하게 갖는 것이다. 그런데도 포털들은 자기만의 독특한(혹은 독보적인) '원칙과 시스템'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포털과 검색엔진의 기본 속성인 편집과 랭킹에서 불분명하고 미심쩍은 모습으로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 원칙과 시스템에 대한 좀더 자세한 내용은 '검색이 대통령을 바꾼다 ②'를 참고하기 바란다.)

국내 포털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네이버를 예로 들어보자.

네이버는 대선을 핑계로 정치분야 뉴스 댓글을 한 곳에 몰아 넣고 있다. 그런 발상 자체도 당황스럽지만 정치 뉴스 여부를 판단하는 정확한 기준이란게 가능한지도 의심스럽다. 변양균.신정아씨 사건은 정말 정치 뉴스인가? 왜 어떤 것은 댓글이 닫혀 있고, 어떤 것은 열려 있는가? 삼성 비자금 의혹 사건은 또 어떤가? 지금은 댓글이 열려있다. 하지만 사건이 정치권으로 번져가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날부터는 댓글을 닫을 것인가?

네이버가 대선 관련 주요 뉴스를 메인 페이지에 내보내지 않는 것은 어떤가? 지금같은 상황이라면 특정 후보가 뽑히거나 떨어질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 발생해도 네이버 메인 페이지는 침묵할 것이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침묵이냐는 오해를 받는 것이 당연하다. 때로는 왜곡보다 침묵이 더 큰 잘못이다. 우리 현대사에서 우리는 이런 상황을 너무나 많이 ,아프게, 슬프게 경험했다.

첨예한 이해 관계의 압박 속에서 가장 손쉬운 방법 하나는 '기계적인' 중립을 선언하거나 아예 입을 다무는 것이다. 이런 방식은 언뜻 그럴듯해보이지만 최악의 선택이다. 걷잡을 수 없는 의심과 추측을 양산하면서 신뢰를 빼앗아가기 때문이다. 더구나 태생적으로 미디어의 속성을 가진 포털에게는 치명적이다.

얼마전 우연히 임채진 검찰총장 내정자의 인사 청문회를 보게 되었다. 삼성 비자금 의혹 때문에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된 기회를 놓칠새라 여야 정치인들은 대선 관련 발언을 하면서 임 내정자를 심하게 압박했다. 양쪽 모두 검찰의 독립을 말했지만 속셈은 분명했다. 한쪽은 이명박 후보에 대한 수사가 조용히 끝나기를 바라고, 다른쪽은 정반대이기 때문이다. 물론 정치인들의 이런 태도는 늘 그렇듯이 예상된 것이었다.

슬픈 것은 임 내정자의 답변이었다. 시종일관 애매한 태도를 보이면서 원론적인 내용만 되풀이했다. 만약 임 내정자가 이렇게 말했다면 어땠을까?

"법과 원칙 앞에는 누구도 예외가 없습니다. 이명박 후보이든 누구든, 설사 대통령이라해도 철저하고 투명하게 수사할 것입니다. 문제가 발견되면 당사자들을 사법처리할 것이고 아무 문제가 없다면 그 사실 또한 분명하게 밝히겠습니다. 정치권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검찰은 법의 원칙과 시스템에 따라 독립적으로 움직입니다. 어느 쪽에 유리한지를 가지고 저희에게 이야기하셔도 소용없습니다. 저희는 주어진 일을 정직하고 투명하게 수행할 뿐입니다.


포털이 (당연하게 직면할 수 밖에 없는) 외부의 압력에서 자유로워지는 방법은 기계적인 중립도 아니고 침묵도 아니다. 오프라인 권력들의 압력에 대응해서 인터넷의 합창을 들려주는 것이다.  본래의 존재 목적에 맞는 방식을 택하는 것이다. 어떤 정치색을 띄라는 말이 아니다. 그들이 묻거든, "낸들 어쩌겠습니까? 이게 인터넷의 목소리인걸요."라고 대답할 수 있는 원칙과 시스템으로 움직여 달라는 것이다. 오프라인 권력들의 이야기라면 오랜 세월 충분히 들어왔다. 이제는 '우리들'의 목소리도 더불어 드러나야할 때이다. 우리 포털과 검색엔진은 지금 무엇을 위해서 존재하고 있는가?

우리나라 사람들은 검색엔진의 키워드 입력 상자를 '검색창'이라고 부른다. 우연한 이름이지만 생각보다 큰 뜻과 맞닿아 있다. 검색은 인터넷으로 드러나는 국민들의 마음을 보여주는 창문이다. 인터넷에 오프라인의 잣대를 강요해서는 안된다. 인터넷 다르다. 성당이 아니라 시장이다. 교향곡이 아니라 락 페스티발이며 정원이 아니라 정글이다. 그게 인터넷의 본질이며 위력이다.

견제하는 세력들의 눈치를 보든, 기대하는 사람들의 눈시울을 적셔주든 그건 각자 알아서 선택할 일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이 하나있다. 인터넷으로 사업을 하고 돈을 버는 포털들이 오프라인 권력의 소리를 따라 무조건 움추리거나 거꾸로 그들을 흉내내려한다면 그 앞날에는 내리막 길 뿐이라는 것이다.

거기에 우리의 절망이 있고 또한 희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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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15 20:58 2007/11/15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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